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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무라카미 하루키

P.하루 2021. 1. 1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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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하루키의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로 잡지에 연재된 짤막한 수필들을 모아 책으로 출간한 형태를 띠고 있다. 허공에 떠다니는 듯한 소재나 아이디어 수준의 이야기가 많음에도, 독자로 하여금 주목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하루키라서 가능한 이야기라고 느낀다. 제목에서부터 평범하지 않은 듯하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그의 에세이에서 특유의 겸손과 점잔 빼는 느낌이 있다면,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에서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발상을 글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직설적이고 엉뚱하기도 하지만, 역시 읽기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아서 좋다. 가볍게 읽기 좋은 일화들이 담겨있어 재미있으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어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었다.

 

  • 불테리어 밖에 본 적 없다

 여성분들이 보면 불편할 수 있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하루키는 여성분들께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어느 정도 공감했다. 이전에 연애를 할 때에도 참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유를 알아야 풀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나하나 따지고 들었더니 결국 말도 안 하더라. 뭐 이제야 왜 그런지 경험으로(?) 배우게 되었지만 이미 떠나간 사랑과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 법. 커피가 쓰다. 

 

  • 재판소에 가자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빨리 AI 판사가 도입되어 판례들에 따라 (추가적으로 딥러닝을 통해 AI의 판단까지) 판결을 내리고 이를 검토하는 게 판사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다들 이성을 잃고 서로 싸우기 바쁘다. 옳고 그른 것 따위는 상관없겠지. 이제. 

 

  • 모릅니다 알지 못합니다

 유명해질수록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아니면 부끄러울 일을 만들지 않아야 하던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개떡같이 알아먹고, 더 이상 실수나 잘못을 하고 부끄러워하지조차 않더라. 뭐 쉬운 게 어디 있겠냐 만은 항상 스스로를 돌이켜봤으면 한다. 이런 말을 했으니 나 자신도 더욱 조심하게 되겠지. 

 

  • 일단 소설을 쓰고 있지만

 그는 항상 소설을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정말 부러운 소리다. 나도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벌써 반년이 넘었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소설 집필의 '소'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내게 이렇게 배 아픈 소리는 버겁다. 한국 문학계를 보더라도, 어중이떠중이 에세이, 자기 개발서, 평론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여운이 남는 소설 작품은 드물다. 어설픈 기교들만 난립할 뿐. [아.. 이런 것을 썼으니 내 소설의 시작은 더욱 늦어질 예정이다] 

 

  • 가을을 툭툭 차며 

 친구들에게 엄격한 편이다. 확실히 내 욕심이겠지만, 내 친구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적어도 마음이라도) 뭐 나라고 대단한 걸 하는 건 아니지만 서도, 적어도 현실에 찌들어서 망 가지고 난 다음에야, '아 그때 그 말 들을걸' 하는 얘기는 꼴도 보기 싫다. 그래서인지 친구가 많이 없다. 뭐 '그래도 이 정도면 많지 않냐?'라는 얘기도 듣긴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멀리 걷어차버린 2020년 가을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다음 가을에는 내가 그들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조금 더 성숙해지기를 바라본다. 

 

  • 자신의  몸으로 실험한 사람들

 많은 시도를 하는 편이다. 감당 여부를 떠나서, 아니 어쩌면 항상 다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저지른 실수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모두 나 자신의 선택의 결과이고, 스스로를 위한 일들이었다는 게 다른 듯하다. 뭐 어찌 됐건, 경험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게 좋든 나쁘든. 

 

  • 낮잠의 달인

견딜 수 없는 힘이 들 때면 억지로라도 잠에 드는 편이다. 그러고 나면 감정이 좀 추 스러지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는데도, 사건과 감정을 분리시키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되는 듯하다. 그냥 혼자만의 습관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렇게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잘 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역시 앞으로는 억지로 잠드는 일은 조금 줄었으면 한다.

 

하루키의 글을 읽었으니, 나도 그의 방식으로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루아침에 가능한 내공은 아닐 터이니 당연한 부분이긴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부어도 부어도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독과도 같은 듯하다. 아니, 어쩌면 단기간에 해내려고 하는 내 욕심이 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어차피 재미로 시작한 것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쌓아나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실을 얻을 것이라 믿는다!

"남자가 화낼 경우, 거기에는 대개 '이러이러해서 화난다'는 줄거리가 있다
(그것이 적절한지 어떤지는 둘째 치고).
그러나 여자는 내가 본 바,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평소에는 특별히 눈초리를 추켜올리지 않고 온화하게 넘기던 일도
하필 화나는 시기에 걸려버리면 화를 낸다.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화를 낸다. 말하자면 '지뢰를 밟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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