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공연] 포미니츠 - 정동극장

P.하루 2021. 7. 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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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니츠 - 정동극장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된 <포미니츠>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에 출연했던 김환희 배우의 무대가 인상 깊어 관람하게 되었다. 노력, 천재, 전쟁, 비뚤어진 사랑 등을 다루고 있으며, 세상을 통해 바라본 시각과 또 그 이면의 어둠에 대해서 다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각 인물들마다의 개성과 특색이 두드러져 그 감정선의 변화를 따라가며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주로 다루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런 문제가 비단 한 사람과 주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고, 일반적인 각 개인 또한 그런 상황 속에 놓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나갔나..) 김환희 배우의 힘 있는 노래와 퍼포먼스가 인상 깊었고, 천재로서 가지게 되었던 그 재능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피아노 연주 또한 듣기에 좋았다.

- 천재와 범인
범인은 천재가 가진 재능을 부러워하고, 천재는 범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부러워한다. 서로가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생기는 일이지만, 솔직히 내가 보기엔 천재의 배부른 궤변에 불가하다. 천재들은 원한다면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통해 부와 명예를 얻고, 일선에서 물러나 지극히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결국 선택의 몫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범인은 끊임없이 천재의 재능을 시기하고 갈망하며, 닿을 수 없는 목표를 향해 평생 좇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포기하고 자신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는 게 현실적인 문제이지만, 그건 자신의 한계에 의해 강제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뭐 결국은 입장차이겠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하는 것은 역시나 슬픈 일이기에 괜히 그 마음에 이입하게 되었다. 이런 재능에 대한 부분을 작품에서는 '바다'로 지칭하며 스스로의 그릇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표현해냈다.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 그것이 무수히 많은 범인들의 살아가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 인간다움을 유지하는법
삶을 살아가다 보면 어떠한 이유로든 그 삶이 망가질 때가 있다.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인간으로 남느냐 인간성을 버리고 타인의 삶을 짓밟고 일어서는가. 많은 사람들이 결국엔 인간성을 잃어간다. 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기주의가 결국 인간의 본능이라면 본능이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학습하고 자라지는 않았다.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어찌 보면 타인의 인권은 자신의 수중에 있는 돈보다도 못한 게 되어가고 있다. 또 그런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각자의 궤변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하다. 슬픈 일이지만 어찌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다만, 그 모든 일들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항상 생각하고 조심하는 것만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뭐 사실 이제와 권선징악이니 사필귀정이니 하는 것은 허울 좋은 소리에 가깝게 느껴지는 씁쓸한 현실이기도 하다.

- 어긋난 사랑
어긋난 사랑처럼 상대를 극적으로 팔 멸시 키는 도구는 없는 듯하다. 연인으로써 혹은 가족으로 아니면 친구 간의 사랑들이 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이러한 문제들은 생겨난다. 한쪽이 아무리 괴로워한들, 왜곡된 사랑을 주는 이들은 그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지속한다. 또 그 간극이 커질수록 더욱 그들의 사랑을 일그러지기 마련이다. 딸아이에 대한 왜곡된 사랑으로 결국 딸의 인생을 파멸시켜버린 아버지의 사랑. 뭐 재조명해보자면 아버지가 사랑한 건 딸의 재능이었지 딸 자체가 아니었기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는 모두 올바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가? 혹은 자신만의 세계에 가둬두기 위한 사랑이라는 이름의 족쇄를 채워놓은 것은 아닌가? 결국 자신이 스스로 꺠닫기는 소원한 일인 듯하다.

김환희 배우님을 보기 위해 관람했고, 결과는 대 만족스러웠다. 이전 작품 <베르나르다 알바>에서는 조연급의 배역에 묻혀 발산하지 못했던 매력을 완벽하게 표출해냈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성량과 감정몰입 연기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아우러져 황홀함을 느낄 수 있었다. 향후 작품도 몹시 기대된다. 작품 자체로는 다소 전개가 와닿지 않는 부분은 있었지만. 동-서양 문화적 차이에 의한 감정이입의 부재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 재능에 대해 갈망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더욱더 이입이 잘 되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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