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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 - 이충현감독

P.하루 2022. 2. 2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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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박신혜, 전종서 주연의 이충현 감독 영화 <콜>

 뜻밖의 휴가(?)를 얻어 넷플릭스를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보게 된 작품. 사실 몇 번이고 예고편만 눌렀다 끄기를 반복한 뒤 겨우 보게 되었다. 스릴러라는 장르를 좋아하지만, 시간선을 다루는 장르에 대해 일종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감상하기를 망설이긴 했지만 여하튼 나름대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사실 전종서 배우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한 것도 이 작품을 보게 된 간접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작품은 전화로 과거와 소통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찌 보면 닳고 닳은 클리셰적인 내용들이지만, 또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갔을까 하는 호기심이 들긴 했다. 본의 아니게 오류를 열심히 찾으면서도 이야기적 허용으로 감안하고 넘어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크게 따지고 들지 않기로 했다. 작품을 보며 되게 대단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색과 카메라의 이동을 이용한 표현방식이었다. 뭐 이전엔 크게 관심 없어서 잘 보지 못했던 부분들일 수도 있겠지만, 붉은색을 통해서 드러내는 영숙의 감정선이 선명히 느껴져서 특히나 흥미로웠다. 


* 타임 역설
 서두에 크게 따지지 않고 넘어간다고는 했지만 시간 선을 다루는 작품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야기가 나올 소재인 듯하다. 작품에서는 소위 "할아버지의 역설"이 적용되는 듯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뭐 사실 시간여행이라는 주제 자체가 과학적인 역설로써 성립되지 않는 명제이기에 모든 설정은 이야기의 주인이 설정하기 나름일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은 대부분의 시간여행 장면은 과거를 향한다. 그 방향성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지나온 과거에 대해 한두 가지씩은 후회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언가 큰 실수 또는 만들어진 행운을 거머쥘 수 있다면, 자신의 현재가 지금 당장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기대. 그 기대가 결국 사람들을 시간여행에 대해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뭐 누구나 다 알겠지만, 지금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과거이기도 하다. 열심히 살아야지. 

* 구속되는 시간
 앞에서 타임 역설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다시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도 역시 나 또한 과거에 많은 것을 두고 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작품에서는 모든 시간 선이 "영국"의 시간을 기점으로 진행된다. 즉 미래가 변하는 것은 "영국"의 과거 행위에 대한 결과물만이 "서연"의 현재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감독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려진 미래를 통해 현재를 바꾸는 것이 정해진 미래를 통해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 더 쉽다는 점을 부각해줘서 좋았다. 뭐 어쨌거나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라는 꿈보다 해몽인 감상을 가지고 시간의 변경 점을 나의 '현재'에 구속하도록 해야겠다. 

* 사이코패스
 작품 중 영숙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표현된다. 유전인자가 발현되어 생가는 문제인데, 사실 개인의 인권 측면에서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와 사회 내에서의 불안감 가중에 대한 문제가 상충하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이다. 물론 어린 나이에 발견되었다면, 학습을 통해서 타인의 감정과 행동을 "학습" 시키는 과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사회화가 가능하다지만, 이미 성인이 된 이후라면
더욱 어렵다. 심지어 보통 이러한 인격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성장환경이 좋을 확률은 드물다 (물론 잘사는 사이코패스는 훨씬 위험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절대다수의 이익이 중요하다고 하는 '공리주의'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듯하다. 뭐 나 같아도 내가 주변 당사자가 아닌 이상에서야 사이코패스가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좋을 리는 없을 듯하다. 

 사실 '에이 저기서 왜 저렇게 돼' ,'저건 설정 오류잖아' 하면서 자주 따지면서 봤다. 그래 솔직히 그랬다. 특히 제일 마지막 반전이라고 넣어둔 부분은 그 정도가 심해서 좀 더 씹어대기도 했다. 그런데도, 현재의 나의 행동이 과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들을 생각해 볼 때, 다소 신선한 의외성을 찾아볼 수 있어 즐거웠다. 뻔함에서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것, 어쩌면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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