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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차 - 나현 감독

P.하루 2022. 4. 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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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차

 4월 8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나현 감독의 신작 영화. 따끈따끈한 신작이라서 그런지 더욱 재밌게 느껴졌다. 원래 스릴러 / 첩보물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긴 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나름대로 매력적인 등장인물들로 인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었다. 뭐 사실 액션씬이나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나도 글을 쓰는 입장이 되어보니,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십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부분에 집중하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를 가져다준 듯하다.
 
  •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
 작품 중 강인과 지 훈의 대화가 인상 깊었다. '정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현해내야 한다." 솔직히 말해 공감하기는 하지만 역시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기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사람들을 대부분 자신을 정의롭게 여기며 착각에 빠지기 너무 쉽다. 물론 작품에서는 정의로운 인물들은 아예 얼굴에 정의를 써놓고 있고, 부정한 인물들은 처음부터 의심스럽게 행동한 듯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누가 배신할지 다 보였으니...) 견제당하지 않는 정의는 폭주하기 쉽다. 사이다를 추구하는 것을 알겠지만, 그런 결말이 너무나 극적인 연출로 끝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 대해서 그러한 잣대를 들이민다면, 솔직히 말해 나는 정의롭지도, 거짓되지도 않은 사람이다. 다만 정의를 연기하며 명분과 실리를 챙겨가는 유형에 가깝달까. 결국 누군가에게는 정의라는 것 또한 목적이 아닌 수단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게 나쁘단 건 아니다.
 
  • 배우의 실제 삶과 이미지
 배우 설경구를 국민 스타로 만들어낸 작품들은 개인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를 '강철중'어로 기억하고 있다. 그 케릭터가 강렬한 탓인지, 어느 순간 그의 필모그라피의 대부분은 또 다른 '강철중'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만큼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미지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배우 설경구는 배우 송윤아와의 불륜 및 재혼으로 인한 무수히 많은 루머로 고통받아왔다. 사실 처음엔 나도 가공된 이미지로 그냥 어렴풋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진위야 어떻게 되었든, 어차피 개인의 사생활이고 적법한 절차로 마무리 지어진 일을 십여년째 괴롭히고 있는 익명의 네티즌 들이야말로 또 다른 악이 아닐까? 솔직히 말해 나는 그들이 어떻게 살든 관심 밖의 이야기이다. 지금도 그들을 괴롭히는 많은 사람에게 '쓸데없는 데 힘뺴지 마시라'는 말만 전하고 싶어질 뿐이다. 뭐 어쨌거나, 그런 배우 설경구의 모습까지도 일정부분은 '강철중' 화 된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정말 안타까웠던 영화의 조커 역을 맡았던 하여서 레저의 죽음 또한, 그러한 생각의 연장선에 있었다. 배우의 삶에서 연기와 실제의 삶에 대해서 밖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들은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여러 개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것은 아주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도 그들을 위한 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K-첩보물
 솔직히 말해 한국형 첩보물이라 고하면, 아직도 너무 판에 박힌 느낌이 강하다. 아니 어쩌면 홍콩식 누아르의 틀을 꺨 정도로 뛰어난 명작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첩보물... 로 보기는 다소 어렵지만 감독의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영영 2~3부는 나오지 않고 있고, 결국 명작의 탄생은 소원한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충분히 매력적인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많은 이야기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남북관계라는 화수분 같은 소재가 있기에 충분히 이러한 장르가 다룰 수 있는 이야기는 많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대부분의 주제가 그것으로 한정된다는 것에 있다. 물론 창작은 어렵지만 가끔은 발상부터가 새로운 작품을 경험해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한번 써보도록 해야겠다. 물론 자신 있게 떠드는 것과 실제 작품을 써내려 나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은 써보고 싶은 주제이긴 하다. 파이팅! 해보자.
 
 영화계의 가뭄과도 같은 작품고갈에 단비 같은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사람마다의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꽤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역시 배우를 많이 탈 수밖에 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흥미를 가지고 본 작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또 이러한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더욱더 환영이다. 다음 작품이 무엇이 될지 기대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영화 산업이 형태가 꽤 많이 바뀌는 것을 보며,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게 제격이긴 하지만, 한 달 OTT 정액 이용료를 훨씬 상회하는 영화표 한장의 가격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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