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전시] 내 이름은 초록 - 은평문화예술회관

P.하루 2020. 10. 1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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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초록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기획한 전시. 식물들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강한 생명력과 생태 복원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냈다. 식물 하면 떠오르는 색이 초록색이기에 전시회의 이름을 '내 이름은 초록'으로 작명한 듯싶다. 규모는 작았지만 잔잔한 숲 속 소리와 식물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로 눈을 감고 숲 속의 이미지를 떠올려 볼 수 있기도 했다. 워낙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어 각자가 해석하기 나름의 자유분방한 전시라고 느껴졌으며, 여러 환경문제로 몸살을 겪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식물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내 이름은 초록 - 자연의 회복력

 

* 자연의 회복력

 전시회장 한 구석에 설치되어있던 탁자와 여행용 서류 트렁크. 그 속에서 자라나는 식물. 그게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 나는 알 수 없었지만, 그곳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자연을 훼손하더라도 대자연은 그중에서도 식물들은 또다시 군체를 이루고 그들의 풀빛을 발한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만 파괴시키지 않는다면 시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결국 초록들은 상처를 아물게 할 것이다. 

 

내 이름은 초록 - 라플레시아

 

* 라플레시아

 일명 시체 꽃이라고도 불리우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 하는 몹시 커다란 품종의 꽃이다. 포켓몬스터나 많은 판타지풍의 작품들에서 등장하기도 하며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꽃이기도 하다. 잎 그리고 줄기를 주변 식물의 줄기에 침투시켜 기생하는 다소 특이한 방법을 통해 생식한다. 작가의 해당 그림은 그러한 라플레시아의 특성을 적절히 표현해낼 수 있는 연출을 사용하여 그려낸 듯하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몹시도 어둡고 축축한 느낌의 숲을 묘사하고 있지만 형태가 다를 뿐 저들도 하나의 '초록'으로써 생태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주변의 양분을 착취하며 성장하는 방법을 통해 인간의 한 단면을 구경해 볼 수 있기도 하다. 


* 잡초

 본 전시회에서 주로 할당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는 식물이나 본래 수확하고자 하는 본 작물 이외의 풀들을 흔히 잡초라고 표현한다. 본인이 키우고 있는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그들을 잡초로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우리는 이 풀들의 효능이나 쓰임새를 전부 알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도심이라던가 인공적인 수확지의 경우에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풀들은 찾기 어렵긴 하다. 하지만 야생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뒤늦게 효능이 발견된 경우도 더러 있다. 이제 반대로 풀들이 과연 인간에게 반드시 이로워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기준에서 쓸모없고 오히려 본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 하기 때문에 그 풀들을 잡초로 부르고 있다. 결국 인간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은 정해지는 것이다. 물론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또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오늘 하루만큼은 풀의 입장에 서서 존재를 부정당하는 처지가 얼마나 슬픈지 한 번 생각해보며,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초록'을 좋아하는 편이다. 눈과 마음에 안정을 찾아주는 색이라고들 알고 있기도 하고, 그냥 나도 모르게 왠지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색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머나먼 옛날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던 그 시절의 기억이 모두의 유전자 어딘가에 새겨져 있어 그 것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일반적 일상에서 우리가 '초록'을 제대로 가까이서 마주할 환경은 내가 마음먹고 찾아가야 겨우 찾아볼 수 있는 정도다. 가끔 산속 등산객을 위한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며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가지들을 볼 때가 있다. 끊임없이 앞으로만 가는 우리들에게 바로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도심 속에서도 이러한 정취를 느끼게 해 준 전시 '내 이름은 초록'이었다. 

 

내 이름은 초록 - 잡초

 

 "잡초란,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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