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 공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P.하루 2020. 11. 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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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인터파크 홀 블루스퀘어에서 상영한 프렌치 오리지널 버전의 내한공연. 대성당들의 시대, 노트르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대성당들의 시대에서 핍박받는 이방인, 집시, 범죄자들과 성당 측의 대립과 함께 집시들의 아이돌 '에스메랄다' 와의 애정관계에 따른 갈등이 주된 내용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뮤지컬들 중 하나이며, 오케스트라보다는 팝을 활용하여 보다 대중적인 느낌을 띄는 경향이 있고, 무용수, 댄서, 그리고 앙상블들을 통해 꽉 찬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영어보다 불어 원어에 대해서 호평이 많은 편이며 이는 번역을 하게 되면 음률과 박자를 맞추기 어렵다는 점 때문인 듯도 하다. 노래 자체가 엄청 소름 돋게 뛰어나다기보다는 아름다운 음색과 상황적인 몰입감 그리고 안무가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들이 조화를 이뤄 세계적인 작품으로 극찬받는 듯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

  • 콰지모도 - 조제 뒤푸르

 '노트르담의 꼽추'로 더 익숙하고 유명한 등장인물일 것이다. 부주교, 프롤로에게 길러져(원작에서는 부모를 죽이고, 콰지모도도 죽이려다, 그러지 못하고 키워준 것으로 나온다.) 강한 충성심을 보이지만, '에스메랄다'라는 히로인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게 되지만, 끝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비극을 맞이한다.
 소외받는 집시, 범죄자, 이방인들 보다도 더 낮은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있기에 그들에게도 무시받기도 한다. 정작 변화를 요청하는 그들이 콰지모도를 조롱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이중성을 잘 묘사해주기도 하여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스스로의 상황을 몹시 비관하고 세상을 저주하면서도,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고, 그녀를 위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로 애절한 노래를 불러 그 감정에 대해 강렬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에스메랄다 - 엘 하이다 다니

집시들의 아이돌.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뿜어내어 작중 출연하는 남자 배우들을 다 홀려내는 등장인물이다. [작품에서 묘사되는 이미지로는 소녀에서 갓 성인이 되는 느낌을 표현했는데, 실제 배우나 노래들은 너무 원숙해서 미스매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구애하는 남자들이 모두 멀쩡하진 않기도 하여, 남자 때문에 인생이 꼬여버린 비운의 여주인공이기도 하다. 남자들에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해서 감정이입 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필수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비중은 상당한 편이다. 이러한 팜므파탈적 매력을 발산하는 모습들로 인해 오페라 <카르멘>과 몹시도 비슷한 캐릭터라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서도 남자 때문에 인생 망치는 역할이긴 하다.)

 

  • 그랭구와르 - 리샤르 샤레스트

음유시인. 중립적인 입장으로 서사를 풀어나가는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캐릭터 자체가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고, 일종의 개그 캐릭터로써 열심히 등장한다. 의외로 대부분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주요 노래들의 음역대가 상당하기 때문에 소화하기 어려운 배역이며, 그와 동시에 인기가 상당하기도 하다. 사실 첫 등장 할 때만 해도 주인공스러움이 느껴졌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보고 있자니 짠한 느낌이 든다. 캐릭터 자체가 가진 성격은 극히 중립적이지만, 낄 데 안 낄 데 다 끼어서 다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 진행에 필수적으로 등장하기는 한다.

 

  • 프롤로 - 로베르 마리앙

 대성당 소속의 주교. 평생 종교를 위해 헌신(?) 해왔지만 '에스메랄다'를 보고 처음으로 정욕이 일어나 정신 못 차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갑자기 주교님이.. 여기에 왜 끼어요..라는 생각이 들면서 몹시 황당하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의 내적인 갈등과 번뇌를 잘 표현해준 듯하다. 사실 작품 상으로는 만악의 근원이자, 모든 사건의 원흉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방인 배척, 마녀사냥, 범죄 등 아주 나쁜 건 다해먹고 있지만, 그가 부르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노래를 들을 때면 모든 것을 걸고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모습이 애잔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는 "Tu vas me détruire" 이 노래가 작품의 모든 것을 품을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로베르 마리앙 배우분이 주교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린 듯하다.

 

  • 페뷔스 - 지안마르코 스키아레띠

근위대장. 목소리부터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게 느껴지더니 결국에는 예상대로 사고를 치고 만다. 불륜을 저지르다 걸리고는 결국 '에스메랄다'를 교수형에 처하게 만들고 도망쳐버린다. 외모로나 목소리로나 매력적임에는 틀림이 없게 느껴지지만, 역시 얄미운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옷이 특이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체인 메일'을 표현한 이상한 티셔츠였다. (그럼에도 멋짐은 지워지지 않더라) 뭔가 작품 내내 진지함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그러기엔 하는 짓이 전형적인 바람둥이여서 뭔가 따로 노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페뷔스가 프롤로 보다 더 나쁜 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모든 욕은 프롤로가 먹는 듯하다. 외모지상주의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밖에 없는 우스운 상황이랄까..

 

  • 클로팽 [外 이방인 / 범죄자] - 이삭 엔지 [무용수 / 댄서]

 집시들의 대장. 집시들을 이끌면서 대성당 측에 투쟁하는 인물. 흑인 특유의 소울(?)이 느껴지는 발성으로 노래나 퍼포먼스가 압권이었다. 결과적으로 모두 축출당하게 되지만, 이러한 차별에 대한 투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이 '빅토르 위고'의 작품에 잘 녹아있는 두드러진 특징이 아닌가 싶다. 노래를 듣다 보면 흥이 넘치고 왠지 모를 저항감이 생기는 듯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용수와 댄서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장면들이 다른 뮤지컬들과는 다르게 극적인 연출을 보여준다. 클로팽이 처음 무리를 이끌 때는 댄서/무용수의 다소 무질서한 뉘앙스를 풍기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보다 조직적인 움직임을 띄고, 무리의 대장으로 클로팽을 인정하는 듯한 퍼포먼스의 변화가 생긴다. 이러한 디테일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노트르담드파리 -커튼 콜

  • 내면과 외면 

 우리는 두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 근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딱히 답을 내릴 수가 없는 문제인 것 같다. 보통은 외면을 통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지 않을까? 인간은 휴리스틱(heuristics)을 활용하여 판단의 효율성을 꾀하므로, 외면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여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니, 외면을 보고 판단한 실수를 끝까지 가져가 직 않도록 주의하고자 하는 마음을 지녀야겠다.

콰지모도를 보고 이런 생각을 시작했지만, 과연 진짜 그의 내면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은 할까? 경험상 남자-남자 들끼리는 외모든 뭐든 진정한 교감(?)을 나누는 것을 웬만큼 불가능한 것 같지만,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자세를 지니는 것은 중요하겠지.

결국 '외면' 이 조금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특히 '사랑'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말이다. 예전엔 나도 외모보다는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근데 막상 가만히 보니, 외모가 8할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에 대해서 잘 알기 이전에 이미 외모로 모든 평가(?)를 끝낸 사람들을 지켜본 결과, 결국 모든 것은 말뿐이었다는 생각? 물론 그 결과에 따라 스스로를 조금씩 가꾸고 있는 중이긴 하다. 나의 경우에도 처음엔 마음과 성격을 중요시 여겼다 하면, 이런저런 사람들을 겪고 나니, 결국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더라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외모를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달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외모의 기준은 '나에게 아름다운' 이기 때문에 뭐 누구에게 욕먹고 말고 할 건 없어 보인다.

노트르담 드 파리 - 커튼 콜

  • 대표 넘버
    Le temps des cathédrales - 대성당들의 시대
    Bohèmienne - 보헤미안
    La cour des miracles - 기적의 궁전
    Déchiré - 괴로워
    Belle - 아름답다
    Tu vas me détruire - 파멸의 길로
    Être prêtre et aimer une femme - 신부가 되어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
    Danse mon Esmeralda -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빅토르 위고는 꼬이는 사랑이야기라던가 팜므파탈을 다루기를 즐기는 것 같다. 뭐 극적 장면을 위함이라지만 어찌나 저런 우연들이 한 번에 다 생겨나는지.. 그만큼 작품에 대한 몰입도는 상당하긴 하지만, 때론 너무 작위적인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뭐 그런 걸 차치하고서라도 몹시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또 불어로 된 노래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들리는지 느껴 볼 수 있었다.(물론 알아듣진 못한다) 다음 내한공연이 있다면 꼭 보러 가고 싶다.

"불공평한 이 세상, 너무도 다른 운명
신이여 이 불행은 나의 잘못인가요
사랑하고 싸우고 당연한 그 일조차
너무 먼 나의 삶도 하지만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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