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사 & 단상

[필사] 길 - 윤동주

P.하루 2021. 4. 6.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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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방황하는 화자의 마음이 잘 담겨져있는 시라고 생각한다. 어디를 향해야할지, 무엇을 찾아가야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체로 길을잃어 헤메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나름대로 돌담, 돌 등을 이정표삼아 길을 찾으려 하지만, 담이라는 공간을 나누는 제약으로 인해 현재의 자신과 찾고자하는 또다른 무언가가 분리되어있는 상황이다. 잃었다라는 표현을 통해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었으나 어떠한 연유로 인해 그것을 잃었고, 다시 되찾기를 희망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아마도 윤동주이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보다 애써야하는데 그러지 못함을 한탄하고, 어떻게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찾을 수 있을까 번뇌하는 모습이 아스라히 그려진다. 나는 또 어떤것을 잃고 어떻게 찾아가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 모두 어떤 한가지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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