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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풀이 눕는다 - 김사과 _ 알쓸주독2nd

P.하루 2021. 3. 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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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가 한 가장 즉흥적이거나 지금에 와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행동
-> 뭐 평소에도 토론을 즐기는 편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야 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상대를 도발하고 조롱한 적이 있다. 물론 지금에 와서도 사실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명 분또 한 내가 가지고 있었지만, 인간대 인간으로서 면전에서 그렇게까지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어야 했던 일이었나? 하고 생각해보면 차마 못할 짓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와는 그날 사건을 계기로 연이 끊어졌다.

Q. 가족중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 한 두번의 기회와 변화를 요구하는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내몰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전혀 변하지 않는다면 바로 의절이다.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하며 자신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한 변명거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뭐 세상이 잘못된 건 세상이고,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 라는건 결국 궤변에 불과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포장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가족들이 방관하는 태도와 어떻게든 그냥 저대로 품고 가려고 하는 행동에 의해 스스로 무엇인가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아예 잃은 것으로 보이지만, 여러모로 최악의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Q. 타인에게 의지하는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이라는 것에 공감하며, 얼마간 서로에게 의지하는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작품에서의 주인공처럼 전적인 의존을 옳지 않다. 자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이가 없다면 굶어 죽을 것인가? 그런 삶은 서로를 피폐하게 만들고 타인의 호의를 이용하는 부적절한 방식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Q. 간단한 감상평
-> 미친 이야기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더 굉장했다. 한 가지 삶의 철학이나 방식이 그들의 삶을 갉아먹고 끝내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하는 이야기. 나도 한때나마 그런 삶을 표방하고 쿨함이란 이름 아래 세상을 비웃으며 살아갔던 적이 있어 공감할 수 있었다. (뭐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다만, 결국 그들의 행동은 자유를 빙자한 방종이었을 뿐이다. 스스로의 행동과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없었던 주제에 무슨 변명이 그리도 많은 건가. 동정하되, 연민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그렇지만 그들의 불타올랐던 사랑 그 자체만큼은 부럽게 느껴졌다. 다시 한번 그렇게 미쳐볼 수 있었으면 하는 그리움이 남게 된 이야기.

Q.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하루 종일 걸어 본 경험이 있는가?
-> 나름대로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긴 했으나, 장장 8시간에 걸쳐서 경주 일대를 걸어 다닌 적이 있다.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얻었는지 지금으로써는 희미해졌지만, 고독함과 외로움을 사무치게 느끼다 보면, 결국 그 감정을 덜어낼 수 있었던 이상한 경험이었다. 결국 몸이 힘들고, 다른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어지면 그 상황에서 주어지는 소소한 행복감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미리 물을 준비하지 않고 6시간 정도 걸었을 때, 너무 목이 마른 상태였지만 물을 구할 수 없어서 계속 걸었다. 그때 우연히 있던 자판기에서 천이백 원짜리(카드도 되지 않고 이상하게 다 100원 단위씩 위더라) 음료수를 사 먹었을 때, 마침 주머니에 딱 맞는 돈이 있었더라는 다행스러운 상황까지 겹쳐 잠시나마 엄청 행복했었다. 물론 다시 걷기 시작했을 때 그런 행복감은 금세 사라졌지만 말이다. 뭐 결국 그런 게 인생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지 않았을까.

Q. 달성 전에는 커다란 성과가 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달성 후 오히려 허무해진 경험이 있는가?
-> 남들이 다 알만한 회사에 취직하는 것, 그것만이 당시의 인생의 목표와도 같았지만, 정작 이루고 나서 한철의 소개팅(?) 시즌을 겪고 나서 밀려오는 허무감. 사람들은 '내가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껍데기에 더욱 관심을 보이는구나' 하는 마음에 '나는 누구지?'라는 의문을 계속 달고 다니면서 살았던 것 같다. 거기에 더해 회사 동료 중에는 나와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힘겹게 그것을 극복해낸 사람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더욱 힘들었다. 이제 모든 것을 다 이뤘구나 하는 마음으로 자리에 섰을 때, 그것이 이제야 남들과 같은 출발선에 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었다. 

Q. 첫 만남에서 주인공이 '풀'에게 느낀 것처럼 강한 감정을 이성에게 느꼈던 적이 있는가?
-> 뭐 이쯤되면 다 아시겠지만, '그분'이지 않았나 싶다. 미친 듯 끌렸었고, 그만큼 내게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좋았던 순간만큼은 그 자체로 간직하려고 한다. 뭐 작품에서처럼 홀린 듯 따라가 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를 통해서 나조차도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후로는 다시 느껴보지 못했다. 아, 한 번 더 있었으나 조금 방향이 달랐던 것 같다. 마치 시간이 지나 좀 더 성장한 상태에서의 과거의 그녀를 다시 마주한 느낌?. 뭐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Q. 자본주의 논리를 초월한 듯 살아가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 그나마 주변에서는 내가 가장 초월하듯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주변에서는 현재의 회사의 다니니까 그런 생각과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당신들이 노력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기에 한 귀로 흘려버리는 이야기이긴 하다. 한 때 돈에 미쳐 날뛰어버린 적도 있긴 하지만, 종래에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갈아가지 않을까. 자본주의를 완전히 배격하기엔 현대사회가 너무도 각박하기에, 뭐 이 정도는 봐달라고 말하고 싶다. 

Q. 시상식에서 당신의 연인이 주인공처럼 술 먹고 깽판 친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 뭐 시상식까지는 아니었지만, 번화가 사거리 한복판에서 깽판의 대상자가 된 적은 있다. 부끄러움과 민폐를 극도로 싫어하는 내 성격상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막상 또 연인을 놔두고 갈 수 없더라. 폴이 겪었을 그 당혹감과 민망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연인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었고, 나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의 신념을 무엇으로도 꺾을 수 없었던 거겠지. 앞으로도. 

Q. 주인공과 풀을 배우로 가상 캐스팅해본다면?
->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로맨스가 필요해 2의 정유미 / 이진욱 이라던가. 연애의 발견의 정유미 / 에릭이 딱 떠올랐다. 재밌게도 두 작품을 보면서 정유미배우가 연기한 캐릭터에게 드는 마음은 '뭐 저런 게 다 있지' 였는데, 막상 여자분들은 그것에 몹시 공감하더라. 때때로 이전 연인들과 드라마 내용으로도 다툰 적이 있었는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더라. 그래서인지 일단 정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절대 보지 않는다. 뭐 '그러니까 네가 여자 친구가 없지'라는 소리도 꽤나 듣는 편이지만, 저런 연애라면 절대 사양이다. 

Q. P115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선명하게 보인 순간이 있는가?
-> 온갖 스트레스와 불투명한 미래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지금 이 블로그에 글 쓰는 것을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거짓말처럼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전체적인 흐름이 보였다고 할까.. 뭐 아직도 불확실하다. 잘 쓰고 싶다고 해서 잘 써지는 게 아니기에, 작품의 주인공이 느꼈던 '글쓰기'에 대한 감정을 나도 느끼고 있다. 물론 나는 남들이 말하는 소위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기에 누구에게 이야기한들 공감받지 못하겠지만, 뭐 아무튼 그랬었다.

Q. 오랜 시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황한 경험이 있는가?
-> 마지막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정말로 많이 인생이 망가졌다. 거의 3년 정도는 계속 정신 못 차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때 싸놓은 '똥' 들도 현재도 고통받고 있지만, 뭐 그래도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것도 아닌 그런 수준이지만, 앞으로 더 겪을 시련을 조금 당겨서 한 번에 해치웠달까.. 당시엔 의미가 없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마저도 내가 극복해야만 했던 필연적인 무언가였다고 생각한다. 

Q. 김권과 일에 대한 주인공의 발언에 풀은 왜 미안하다고 했을까?
-> 주인공이 폴 자신의 어떤 것에 화를 내고 힘들어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꿈과 신념이 무너지는 것을 견디다 못해 내디딘 한걸음이 결국 주인공을 불안하게 하고 망가뜨리는 것을 재차 확인하게 되고, 그런 결과를 예상했음에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해 미안해하는 것 같다. 뭐 어쩌면 미안하다고 하는 게 가장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 방법임을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Q. 풀은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보는가?
->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내 인생이 이렇게나 망가진 것은 주인공 때문이라는 생각. 그가 어떠한 선택과 노력을 하려고 할 때마다, 주인공은 그것을 훼방 놓고 자신만을 봐주고 자신하고만 시간을 보내달라고 칭얼되기 바빴다. 그렇지만 폴은 그런 주인공임에도 너무 사랑했기에 그러한 악순환이 반복됨에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후의 사건일 일어나기 전, 자신의 그림이 찢어진 것에 자신의 꿈과 미래가 비현실적인 이상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왜 이렇게 되었을까'에 대한 원인을 주인공에게서 찾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끝내 그는 그녀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결국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자신의 무능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자신이 없어지면 그녀는 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지른 것으로 여겨진다.

Q. 주인공과 만나지 않았더라도 결국 그는 그런 선택을 했을까?
-> 주인공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냥 취미로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갔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그의 인생에서 마약과도 같았다. 현실을 잊게 해 주고 달콤한 환각의 세계로 인도해주는 그런 존재. 현실적으로 그가 그림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지금의 삶이 아름답고, 그가 하는 모든 것이 올바르고, 그 자신의 생각보다도 더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는 그녀로 인해, 현실감각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녀와 함께할 때 '잘못된 건 자신이 아니라 이 세상이라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라면, 비록 영혼의 색을 찾을 순 없었겠지만 적어도 현실 속을 계속 살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행복하고 나은 삶이었다고 한다면, 솔직히 나는 작품에서 비친 그의 삶 자체라고 생각한다. 뭐 어찌 됐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최고의 순간의 절정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었으니. 뭐 내 상황은 이렇게까지 극단적이진 않았지만, 나는 꿈속에서 현실을 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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